외국계 기업 현실 - 현직자의 경험담

Posted by 세린(Serene)
2019. 5. 20. 16:36 외국계 취업 & 채용 정보/취업 정보

외국계기업으로의 취업 및 이직을 준비하시는 많은 분들께서 외국계기업 현실에 대해서 궁금해하십니다. 저 또한 외국계기업에 대한 환상을 갖고 일하기 시작한지가 꾀 되었네요. 그래서 오늘은 외국계 기업이 실제로 어떤지에 대해서 현직자로서의 경험담을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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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unsplash.com/photos/k_RYBedEvDw

외국계 기업의 문화는 자유롭고 수평적? 

외국계 기업의 취업이나 이직을 생각하는 분들의 가장 큰 이유는 수평적인 조직 분위기와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업에 따라 다르고, 같은 기업 안에서도 부서에 따라 많이 다르다고 답변 드리고 싶습니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기업은 약 15,000개가 있습니다. 과연 모든 기업들이 자유롭고, 수평적이며,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국내기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유연한 기업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국내에 진출한지 오래된 기업들의 경우 한국적인 면모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 생산 공장 등을 두고 있는 외국계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생산공장과 본사가 분리되어 있는 경우에는 본사 분위기와 생산공장 분위기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최초에 한국에 진출할 때는 외국계 투자법인 회사로 들어왔지만, 후에 한국의 중소기업 혹은 대기업과 인수합병을 한 기업의 경우 역시 한국적인 기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조직을 구성하는 개별 임직원들이 한국인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국내에 이제 막 진출한 신생 외국계 기업이 무조건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 또한 아닙니다. 사실 회사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에 다녔던 사람을 통하지 않는 한 알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외국계 기업을 알아볼 때는 우리의 인맥을 총 동원해야할까요? 주변에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없다면 정말 난감한 상황인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굉장히 애용하는 사이트 중에 하나인 잡플래닛(http://jobplanet.co.kr)을 통하면 전,현직자들을 통해 해당 기업의 리뷰를 볼 수 있습니다. 리뷰 갯수가 1~2개인 기업의 경우 해당 리뷰를 바탕으로 그 기업을 평가하는데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리뷰 갯수가 많은 기업들의 경우 전반적인 회사 분위기를 알아보기에는 유용한 사이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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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unsplash.com/photos/wgivdx9dBdQ

외국계 기업은 야근이 없나요?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정말 좋은가요?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외국계 기업에서의 근무를 희망하시는 분들을 위해서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을 중요시하기 때문도 있습니다. 외국계 기업은 야근도 없고, 주말 출근도 없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 부분도 역시 굉장히 상대적입니다. 같은 외국계 기업 안에서도 매일 칼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매일 야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직무의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부서의 분위기나 팀장의 성향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직무의 특성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개발직(엔지니어, 프로그래머 등) 쪽은 야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24시간 고객지원을 하는 회사의 경우 교대근무를 하기도 합니다.

 

영업직들의 경우 고객과의 미팅으로 인해 야근이나 회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외국계 기업 영업직이라고 하더라도, 고객이 한국 기업, 한국 사람인 이상 영업의 방식은 한국적으로 굴러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팀 회식은 적을 수 있겠지만, 이 또한 만일 팀 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팀장으로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가 흔히 백오피스라고 생각하는 마케팅, 인사, 재무팀도 회사의 상황이나 프로젝트에 따라 야근을 빈번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계 기업의 백오피스의 경우 보통 인력을 타이트하게 운영하기 때문에 야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외국계 기업의 현실이 그렇다면, 장점은 무엇인가요?

외국계 기업의 현실을 보니 생각하신 것만큼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셨나요? 부디 외국계 기업에 대한 환상만 있으셨다면 반드시 지원하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이유는 뭘까요? 

 

제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소위 말하는 꼰대 문화가 회사 전체에 만연한 경우가 드물고 (물론 그런 외국계도 있고, 외국계 기업에도 꼰대인 사람들이 다니긴 합니다^^;), 이유 없이 야근을 해야하는 경우도 잘 없습니다. 제게 주어진 일을 다 했다면 집에 가고, 일이 좀 있을 때는 가끔 야근도 합니다ㅠㅠ

 

연차는 적당히 제 업무의 진행 상황을 염두해서 제가 가고 싶을 때 다녀옵니다. 때에 따라셔 연차를 굉장히 많이 주는 회사도 있고, 유급 병가를 주는 회사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다닌 회사들 중에 연차 승인 올려서 거절 당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만일 당장 이번주에 마감해야하는 급한 업무가 있는데, 그 업무를 끝내지 않고 연차쓰러 가겠다고 하면, 아무래도 좀 회사 상황을 고려해달라고 요청 받을 수는 있겠으나 그렇게 무리하게 연차를 써본 적은 아직 없네요!

 

그 외에도 외국계 기업은 국내 노동법을 굉장히 잘 따릅니다 (당연한거지만 동일 규모의 중소기업에 비하면 정말 잘 지킵니다). 이게 상황에 따라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지만, 직원들에게 이득이 되는 제도가 노동법적으로 새로 도입이 되면, 외국계 기업들은 거의 열의 아홉이 잘 지킵니다. 이는 당연히 법이기 때문에 준수하는 것이 있지만, 노동부에서 감사 나오고 시정 명령이 떨어지고 벌금이 발생하고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본사에 보고해야하는 복잡한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노동법을 잘 지킵니다. 

 

마지막으로 외국계 기업은 타 지사로의 전근(Transfer) 기회가 있습니다. 본인의 직무가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 이상 (예시: 한국 변호사인데 타 국가의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경우), 타 지사로 전근할 수도 주어집니다. 물론 해당 국가에서 수요가 있는 경우에 가능합니다. 가령, 한국지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싱가폴 지사의 엔지니어로 전근 신청이 가능합니다. 다만, 만일 타 지사로의 전근을 미리 염두해두고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시는 경우라면, 해당 기업이 국가간의 전근에 대해 얼마나 오픈되어 있는지 사전에 반드시 조사하고 가셔야 합니다. 보통 국가간 전근의 경우 내가 현재 한국지사에서 하던 일과 똑같은 직무를 내가 원하는 국가의 지사에서 채용을 진행 중일 때 가능하고, 회사에서 비자도 서포트 해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타이밍과 회사 내부 정책이 모두 맞아 떨어질 때 가능한 얘기이기 때문에 국가간 전근을 목적으로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만일 다른 지사에서 일하고 싶다면, 처음부터 해당 국가에서 진행 중인 채용 공고에 지원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