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국 관광 시켜주기 및 장소 추천

Posted by 세린(Serene)
2019. 7. 31. 09:48 외국계 취업 & 채용 정보/외국계 일상

외국인 한국 관광 시켜주기 및 장소 추천

외국계 기업 다니다보면 해외에서 손님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은 내 상사나 내 상사의 상사, 혹은 본사의 임원 등등 암튼 그래도 제법 높은 사람들이 한국에 출장을 온다. 그렇게 손님이 오면, 보통은 바로 밑에 직원이 한국 관광을 시켜주게 되늰 경우가 있는데, 나는 여러가지 이유로 내 상사의 상사를 한국 관광 시켜주게 되었다. 


외국인 마다 각자 추구하는 여행 스타일이 있기는 한데, 럭셔리하고 편한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청담이나 신사쪽 데려가서 좀 정갈한 한식 먹거나 롯데월드타워 가서 밥먹고 면세점 둘러봐주면 되는 것 같다. 후리한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동대문이나 명동이다. 그 와중에 한국 몇 번 와본 사람들이 진짜 애매한데, 이런 사람들은 색다른 경험... 소위 말하는 로컬들이 하는거 해보고 싶어하는데, 맘 같아선 포장마차각이지만 찜질방 정도 데려가주면 무난한 것 같다. 근데 찜질방은 또 프라이버시 중요시 하는 사람들은 싫어하니 여기 어떤지 사전에 꼭 물어봐야한다. 그 외에 출장와서 시간이 별로 없지만 뭔가 기념품 같은거 살만한 장소 물어보는 사람들은 그냥 롯데마트나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 추천해주면 된다. 자기들이 알아서 가서 한국 과자를 포함 이것저것 잘 사가는 것 같다.


그런데 나도 막상 외국인 아저씨 데리고 어디 가려고 하니 좀 막막했다. 외국인 친구들 데리고 한국 관광은 좀 다녀봤는데, 외국인 아저씨는 또 처음인 것. 게다가 아저씨는 아들이 있는데, 이 아들에게 한국 옷을 사주고 싶어 하셨다. 아들은 한국 나이로 약 3-4세 정도로 추정이 되었는데, 애가 없는 나로서는 애기 옷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몰라서, 요즘 한참 애를 키우고 계신 전 직장 대리님께 연락하여 어디가면 싸고 좋은 한국 애기 옷을 살 수 있냐며 물었고, 동대문을 추천받았다. 


회사가 강남쪽에 있음으로 2호선 타고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역에 가서 두타나 이런데를 가보기로 했다. 외국인 데리고 여기 와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는데, 아저씨는 건물들 앞에서 인증샷 찍어달라고 하셔서 찍어드렸다. 그러다 저러다 애기 사진 봤는데, 애기 잘생김 무엇? 흠 아빠 안닮아서 다행?ㅋㅋㅋ 암튼 아저씨 모시고 건물에 들어가서 애기 옷 파는 집에 갔는데, 아저씨와 점원 사이에서 통역사 역할을 했다. 아저씨는 어떠한 디자인이나 소재를 원하시고, 나는 그걸 번역해주는 등등. 그러다가 어느 가게 갔는데 아르바이트 하시는 분은 중국에서 온 교환학생이었다. 이 분은 광동에서 오셔서 광동어를 하셨는데, 내가 모셔간 외국인 아저씨도 광동어 전문가쓰. 둘이 광동어로 신나게 떠들고 그 집에서 애기 옷도 10만원 어치 사셨다. 교환학생 만쉐! 아저씨는 아주 만족스러운 쇼핑을 하셨다. 외국인 데리고 동대문 가세요. 알바생들이 외국어를 잘해서 번역할 필요가 없슴다. 


이어서 우리는 밥을 먹기로 했는데, 아저씨는 코리안 바베큐를 트라이 해보고 싶어하셔서 삼겹살집 갔다. 삼겹살 2인분 먹고, 돼지갈비 1인분 먹고, 아저씨가 소주 잘 드셔섯 둘이서 2병 마시고, 웃고 떠들다보니 밤 9시가 넘었다. 회사에서 5시쯤 출발했는데, 쇼핑 1-2시간 하고, 밥 1-2시간 먹었다. 그러더니 아저씨왈, 본인의 옷을 사고 싶은데 추천해줄 만한 곳이 근처에 있냐기에, 때마침 바로 앞에 동대문 현대 아울렛(동현아)이 있어서 여기를 모시고 갔다. 


아저씨는 평소에도 정장을 즐겨 입으시는데, 남성 정장코너에 가셔서 둘러보며 어떤 옷이 소재가 좋은지 눈으로 보고 만져보면 다 아셨다. 그러다가 문득 들어간 한 가게의 아르바이트 생이 이번엔 영어를 아주 잘했다. 워홀 다녀오신 분이라 영어를 잘하시고, 그 와중에 이런 정장에 관심이 많으셔서 정장과 관련된 각종 용어를 다 영어로 알고 계셨다. 이번엔 둘이서 신나게 얘기나누며 정장 핏팅하셨고, 본인의 나라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며 그 자리에서 정장 3벌 셋트를 구입하셨다. 


그러고 나니 밤 10시반이 훌쩍 넘었는데, 아저씨는 숙소로 돌아가는 방법을 모르셨다. 그래서 나는 다시 회사 쪽으로 자철을 타고 갔고, 아저씨 모셔다 드리고 집에 가니 새벽 1시가 다 되었다. 솔까 힘들고 고되긴 했는데, 아저씨 즐거워하는 모습보니 나도 재밌었다. 사실 내 상사의 상사이다보니 평소에 말할 기회도 별로 없었는데 얘기해보니 재밌는 사람이고, 또 인생의 선배로서 이런 저런 삶과 커리어에 대한 조언들을 잘 해주셨다. 하지만 다음엔 한국에 그냥 안오셨으면 좋겠다. ^^ 너무 고생스러운데 그거에 대한 대가는 1도 없으니깐.